응원하는 달님 ^^

마음을 쓰는 것보다 훌륭한 배움은 없다.

미소년이었다. 얼굴은 하얗고 네모난 안경을 쓰고 체크무늬옷을 입고 밝게 웃던 그를 만난 게 30년전이다.

미소년이었다. 마음은 하얗고 네모난 비닐봉투를 들고 짙은 푸른잠바를 입고 밝게 웃던 그를 만난 게 오늘이다. 

89학번 대학동기, 맑고 순수했던 그 청년의 얼굴을 모진 세상도 어쩌지 못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어울렸던 친구의 삶, 검붉은 피부와고단함이 고스란히 묻은 작업복, 아기미소. 낯설었다. 시간의 매정함이 아쉽고 그 해의 순수함이 그립고 오늘이 외로왔다. 이른 저녁이었는데, 마음에 뭐가 그리 고팠는지, 아이처럼 먹었다. 친구는 참 잘 먹어서 좋다고 했다. 엄마가 차려주던 밥상이 떠올랐다. 아랫목 이불 아래 밥공기를 덮어두었다가 '현아 밥 먹어야지'하고 꺼내오셨던 그 밥. 따뜻한 밥 한 공기 차려주고 싶어하던 엄마의 마음이 그 식탁에 있었던 것이다. 밥으로 빈 속을 채운 게 아니라 마음씀으로 빈 마음을 채웠다. 친구는 마음을 쓰는 작가다.   

깊은 커피 한 잔 나눌 시간이 없었던 그인데, 뭘 그리도 챙겨주고 싶었는지, 딸아이에게 딸기와 오렌지를, 아내에게 예쁜 화분을, 내게는 목자 예수님이 그려진 액자를 두 손에 쥐어주었다. 오래전 외할머니도 그러셨다. 지금도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아이고 아이고 우리 현아 왔나' 

친구는 마음을 써서 엄마와 외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경험하게 해주었다.

살아오며 배운 것 중 가장 훌륭한 배움이 뭘까 생각해보면, 이처럼 '마음을 쓸 줄 아는 것'을 배운 것이다. 엄마와 외할머니가 주신 가장 훌륭한 유산이다. 누군가의 삶을 돕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마음을 쓰는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모두 두 분의 은혜이다. 

작은 나를 기억하고 마음을 써 준 친구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