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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천양희 <지나간다> 중에서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 천양희 <지나간다> 중에서

비는 마음이다. 타닥타닥 나무 타들어가는 마음, 타앙 가벼운 타종의 외로움, 고륵고륵 배고픈 마음의 허기, 착착 감기는 시간의 침묵, 미끄러져 내리는 빗소리를 본다. 비는 그립다고 들어달라고 눈물을 보인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한꺼번에 쏟아내고 가버리는 바람에 비하면 비는 그저 눈물만 톡톡 흘린다. 비를 닮은 아이, 예쁜 누나에게 들은 첫 마디, '금방 쏟아져 내릴, 하늘의 얼굴을 하고 있네.'  

자취방 지붕은 스레트였다. 비가 오면 토닥토닥 심장을 두드렸다. 끝없이 이어지는 소리의 향연, 톡톡, 토닥토닥, 톡톡

왜 그리도 애면글면하며 애써 마음을 내주었을까? 비는 엄마의 마음을 닮았었다. 신산한 일상의 아픔을 엄마처럼 알아차렸다. 비를 쫄딱 맞고 걸어서 집으로 오면 젖어버린 옷가지와 신발에는 울음이 가득했다. 같이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리워 비를 맞고 편지를 쓰고 해바라기LP를 걸었다. "하나는 모르면서 둘을 알려고 애쓰며 살지, 그러나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은 언제나 그 자리에" 

마지막 잎새의 고단함을 버리고 크게 휘돌아 떨어지는 꽃비도 비를 닮았다. 이 밤에 내리는 작은 비도 내 얼굴을 닮았다. 그리고 내 얼굴은 엄마의 마음을 닮았다. 작은 것을 듣는 마음, 똑똑 두드리면 문을 여는 마음, 아픔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 은혜를 가슴에 둘 줄 아는 마음

세월의 시간들이 내 몸에 새겨질수록 마음도 몸도 함께 다독이는 비가 좋다. 

정혜윤 작가의 글 '우리는 우리곁을 걷는 사람들이 어떤 슬픔을 가졌는지, 매일매일 몇번이나 극복하고 어떻게 용기를 끌어올리고 있는지 결코 알지 못한다.'는 구절에서 울고 말았다. 그 구절이 꼭 지금 내리는 비 같아서 그저 붙들고 울고 싶어졌다. 사람들은 그러겠지. '무슨 청승이냐고?' 청승이 아니라 작은 외면과 돌아보지 못한 내 비겁함 때문이다. 

얼굴을 맞대고 매일을 살면서도 우리 곁을 걷는 사람들이 어떤 슬픔을 가졌는지, 아무런 관심도 없는 내가 싫어서, 그렇게 울었다. 울면 나도 비를 닮을까? 지금도 창 밖에서 미움도 사랑도 아픔도 슬픔도 시간속에 흘려보내는 비가 사무치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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