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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슬픔의 습격, 울다  <애도일기, 1978. 6. 12>

여느 아침과 다를 바 없었다. 가벼운 날개를 가진 새들은 자리를 뜨고 무거운 나무는 그 자리에 앉았다. 계단 하나하나가 꼭 시간의 무게 같다. 삐리릭, 하루를 열고 닫는 차가움을 이 문은 오늘도 버리지 못했다. 하얀 등이 켜지고 사라질 때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리고 저마다의 공간을 차지한 여린 식물들은 그 자그만 몸짓을 흔든다. 

7년의 걸음들을 어찌 다 기억할까? 초점 없는 생각의 지점들이 조각조각 떠올랐다 가라앉는다. 하나의 의자, 생각은 멈추고 마음은 흔들리고 폭풍 같은 울음이 차올랐다. 롤랑 바르트가 말한  격렬한 슬픔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북받치는 울음을 피할 수 없었다. 다 큰 어른이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그렇게 울면 엄마가 왜 그러냐고 괜찮다고 달래주곤 했었는데, 엄마의 목소리도 엄마의 얼굴도 만날 수 없는 지금. 북받쳐 더 울었다. 언제였을까? 아오키 가즈오의 <해피 버스데이>를 읽으며  어린 아스카 때문에 밤새 울던 내가 지금 여기에 앉아, 울고 있다.

격렬한 슬픔의 습격을 어쩌지 못하고 운다.

우울증인가? 스치기만 해도 터져나올 울음이다. 타고난 예민함이 불러 일으키는 리액션일뿐인가? 누구는 나이들어 울음이 멈췄다는데, 난 솟구친다.  사연 많은 내게 울음이 천사였다. 마음이 잔잔할 때 샴페인 흔들 듯 흔들어버린다. 그리고 뻥하고 터져나온다. 누군가를 위해 참 많이 울었던 나, 그래서 나를 위해 울어야 했던 나. 

서러웠나 보다. 일찍 떠나버린 많은 사람들, 만나고 헤어져야 할 운명적 인연들,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시간들 그리고 그 외로움 속에 툭 던져진 '나'를 보면서~

사람, 외로움이다. 외로움 슬픔이다. 슬픔 눈물이다. 눈물 사람이다. 그래서 더 울어야지~ 2시간을 내리 울었다. 무슨 기록을 경신하려는 것도 아니고 청승 맞게 울음이라니, 하지만 세월은 마법처럼 눈물을 가져간다. 아직은 내 눈물을 갖고 가지 못했으니 웃어야 하나?

울어야지, 그래야지, 어른이고 아이고 노인이고 모두 울어야지~ 

그게 정상이다. 그게 사람이다. 그게 소망이다. 그게 웃음이다. 그게 살아있게 하는 거다. 

격렬한 슬픔의 습격이 없었다면, 숨겨진 외로움의 민낯을 외면했겠지. 외면함, 그게 서러움이었던 것이다. 

외면 - 존재를 피해버리는 마음, 어떻게 더 설명할 수 있을까?

버지니아 울프도 이렇게 울었을까? 나는 눈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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