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는 달님 ^^

사라진 것들은 불쑥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우리가 녹는 온도, 정이현>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차가운 커피를 좋아하는지 뜨거운 커피를 좋아하는지 낱낱이 기억할 여력은 없을지도 모른다. 차가운 커피와 뜨거운 커피 따위가 도무지 뭐가 중요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무엇이 치명적인 것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 것인가를 누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나는 요즘 꽤 자주 그 사소한 커피의 온도에 대해 생각한다. 사람마다 혀끝의 온도가 다르다는 것에 대해, 한 사람을 순식간에 무장해제시키고 위안을 주는 온도가 제각각이라면,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나 말고 단 한 사람쯤은 나만의 그 온도를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내게 위안이 되는 온도를 기억해 주는 한 사람이면 충분하겠다.

옅은 하늘빛 둥근 찻잔, 빨간 주전자, 자주빛 자몽 그리고 오렌지, 따스한 차 한 잔이면 충분하겠다. Dana Winner 의 음성이 스피커를 타고 흐르고 기다릴 사람도 생각할 꺼리도 없는 한적한 그 시간에, 햇살만 내 마음 만져줄 그 공간에 소리없는 감정만 차창을 지나간다. 

몇 사람만 카페에 앉아 있어도 못내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쑥스러움으로 어떻게 살았을까?

누구를 만나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을 것 같은 소란스러움, 반쯤 먹다 남은 사과를 가슴에 안은 노트북이나 한 손으로 달랑 들어올리는 그램도 안되는 노트북 없이 창가를 차지하는 건 무례한 일일까? 금새라도 뛰어들어와 환한 얼굴로 인사해 줄 후배는 한 주 전 여행을 떠났겠지?

KOSHA의 마스코트를 닮은 길양이는 마음을 알까?

어디에도 자리는 없고 커피의 온도가 아니라 그저 곁에 선 온기만으로도 마음이 녹을 그 사정을 알리 없다.   

꽃병에도 오래된 액자에도, 노트에도 어지러이 굴러다니는 연필에도 온도는 있다. 위안을 주는 온도가 제각각인 것처럼 사연도 제각각이다. 

이 넓은 세상에 나 말고 단 한사람쯤 사연이 담긴 온도를 기억해주면 좋겠다. 

스마트폰 주소록을 자꾸만 위로 넘기면 만난다. 선생님~

그 해 겨울, 선생님은 차가운 손을 불며 연합고사장 교문을 들어서던 내 볼을 따뜻하게 만져주셨다.

중학생, 내게 로멘스는  따뜻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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